오늘날 많은 교회가 대형화의 길을 걷고 있다. 사람들은 숫자의 증가와 건물의 확장을 교회의 성장이라 여기며 박수친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이 흐름이 과연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확장이 되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성장 이면에 감춰진 본질의 문제를 정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교회 대형화가 가져온 첫 번째 문제는 사람의 연약성이 그 안에서 증폭된다는 점이다. 권력, 명예, 물질에 대한 유혹은 대형화된 구조 안에서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지도자 한 사람의 실수나 부패가 공동체 전체에 심각한 상처를 남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의 세속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연 교회의 목표는 무엇인가? 한 지역 교회가 수천 명을 모으는 것이 진정한 목적일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대사명은 분명하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마 28:19) 교회의 존재 이유는 대형화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세우는 데 있다.
오히려 교회가 대형화될수록 이 사명은 희석되기 쉽다. 양육과 훈련의 밀도가 낮아지면서 성도들은 점점 수동적인 참여자로 전락하곤 한다.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듯 다수 속에 묻혀 여러 프로그램과 조직화된 시스템에 이끌려 다니는 사이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누려야 할 참된 신앙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교회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새로운 지역에 분립 개척함으로써 건강한 확장을 꾀할 수 있다. 작은 교회는 더 민첩하게 움직이고 전도와 제자훈련이라는 대사명을 보다 실제적이고 전투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대교회는 언제나 ‘전도’와 ‘양육’이라는 두 축 위에서 움직였다. 초대교회가 ‘전도’와 ‘양육’이라는 두 축 위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은 성경과 초기 교회 역사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예수께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행 1:8)고 명하신 말씀은 초대교회의 사명이 복음 전파 곧 전도에 있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도행전을 보면 베드로, 빌립, 바울 등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가리지 않고 복음을 담대히 전하며 교회를 세워갔고 이것은 초대교회의 일차적 사역이 전도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말씀으로 양육의 절대적 필요성을 명령하셨다. 사도 바울 디모데에게 들은바 충성된것을 사람들에게 부탁하라(딤후 2:2)는 말씀으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초기 교부 문헌(예: 이그나티우스, 디다케 등)들에서는 세례 후의 교리 교육, 공동체 훈련, 반복적인 가르침 등을 통해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전도와 양육 이 두 전략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교회의 본질을 이루는 핵심 요소다. 대형 교회는 종종 이 기본을 놓치기 쉽다. 수많은 프로그램과 예산과 복잡한 행정 시스템은 오히려 단순하고 본질적인 사역을 방해할 수 있다.
유럽의 수많은 대성당들이 좋은 교훈을 준다. 과거 그곳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그 화려함은 당시 교회의 위상을 상징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용도로 전락한 채 신앙의 생명력을 잃어버린 곳이 많다. 웅장한 건물은 남았지만 복음의 열정은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교훈은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교회를 크고 아름답게 짓는 데 열심을 내는 동안 정작 그 안에 복음의 불꽃은 꺼져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의 관심은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서 드려지는 진실한 예배와 삶의 변화에 있다.
교회가 본질을 회복하려면 ‘분립’과 ‘파송’의 원리를 지향해야 한다.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로서 제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지역과 민족을 향해 복음을 들고 나아가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더 키울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뜻에 더 순종할 수 있을까?”로 말이다. 주님의 시선은 외형이 아니라 중심에 있다. 세상속의 소금과 빛으로 존재하는 교회가 진정한 교회다. 교회의 대형화는 죄가 아니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길을 잃는다. 우리는 교회를 ‘성공’이 아닌 ‘순종’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결국 교회의 참된 목표는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는 대사명의 완수이며 그 길은 화려함이 아니라 헌신과 진실함 그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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